끝없이 펼쳐지는 마블케년(Marble Canyon)의 비경을 양 옆으로 가르며 수백 마일을 달리다 보니 온갖 시름과 슬픔은 어느새 사라지고 한 순간이라도 놓칠세라 눈을 크게 뜨고 카메라를 찾았다.
하이웨이 선상에서 멈출 수 없는 탓에 운전 중에도 한손으로 운전하며 한손으로는 사진을 찍어 담기 시작하였다.
영원히 머무를 것 같던 슬픔과 외로움은 서서히 밀려오는 절경에 자리를 내어 주기 시작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크고 작은 이별들 중에 가장 큰 이별을 안겨준 사람들… 이제는 안녕…
마침 주말행사들이 작은 도시마다 열리고 있었다. 아트숍에 들러 작은 돌에 행운을 준다는 석화를 사기도 하고,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사기도 하며 느긋하고 평온한 여행길을 실감하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콜로라도강 북쪽에 자리잡은 나바호 브릿지가 보이며 엄청나게 큰 바위덩어리 위에 앉은 우주선 모양으로 보이는 아리조나주의 패이지에 도착하였다. 10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다.
아침이 밝자마자 본격적인 절경들 속에서 신비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말로 표현이 되지 않는 경이로운 풍경이어서 꿈속을 걷는 듯 하였다. 석양과 일출이 가관인 캐년의 모습을 담기 위하여 세계에서 몰려 온 사진사들의 천국이기도 하였다.
아, 천국이 이런 모습일까? 평지로 보이는 이사막 밑에 로워 엔텔롭 케년이 비밀스럽게 숨어있었다.
평지에서 한사람이 겨우 들어 갈 수 있는 구멍으로 계단을 타고 땅속으로 내려간다. 자연만이 창조하여 낼 수 있는 신의 예술품… 내내 감동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