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이야기] 520번 다리 산책로

 [김수영의 산이야기] 520번 다리 산책로
김수영  2019/12/14 

벨뷰 서쪽에 위치한 머다이나에서 ‘야로우 베이 습지(Yarrow Bay Wetlands)’ 공원을 지나다 보면 양 옆으로 늘어선 푸르른 소나무 밑으로 금방 하늘에서 내려앉은 듯한 수 만개의 작은 별처럼 반짝이는 하얀 서리가 보인다. 벌써 겨울이 깊어지나 보다.

뽀드득 소리가 나듯 맑은 날에는 어디든지 하염없이 걷고 싶어진다. 왠지 여유로움을 부리고 싶어지게 된다. 뜬금없이 도달한 곳이 머다이나에서 시애틀로 연결되는 520번 도로의 에버그린 다리를 직진으로 걸어보는 것이다. 왕복 5마일 거리다.

산꾼으로 뾰족한 산만 오르내리는 것보다는 왠지 워싱톤 호수 위로 케니 지의 ‘송버드(Songbird)’ 색소폰 소리가 들릴 듯도 한 상쾌한 날이다. 한 눈에 펼쳐지는 파노라마 경치를 즐기며 평지의 긴 다리 위를 한가롭게 걸어 보는 날로는 제격이다.

양 옆의 호숫물이 가끔 빌 게이츠의 앞 마당이 되기도 하는 워싱턴 호수가는 아마존의 베조스나 케니 지, 러셀 윌슨 같은 세계적인 부호들이 줄지어 사는 곳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유럽인들이 도착하여 이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하여 ‘벨뷰(Beautiful View- Bellevue)’라고 지었다고 한다.

 

맑은 날에도 물안개와 운무가 내려 앉은 호수 끝자락은 한폭의 그림이 되어 흐르고, 누가 지나 간다 하여도 발자국도 남기지 않는 수면위는 반짝이는 해의 얼굴만 담고 있는 긴 물길이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하는 부교(물 위에 떠 있는 다리)로 정말 견고하게 건설한 다리이다. 정면을 보면서 걷다 보면 워싱턴대학의 허스키 스테디움이 위용을 자랑하며 뽐내고 있고 그 앞으로는 호반 위에 떠 있는 듯한 단풍으로 유명한 ‘워싱턴 수목원’ 수상공원이 펼쳐진다.

150년 전 에이덴바우어와 머서가 처음 도착한 벨뷰는 통통배로 시애틀을 오갈 수 있는 작은 나룻터였지만, 1963년에 세계에서 가장 긴 520번 부교가 걸설되면서 이곳은 세계 최고의 거부들이 사는 동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주변의 여러 공원과 물 위로 떠 있는 나무다리를 건너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돌아와 보니 정확히 25,000보, 12마일을 걸었다. 또 한 해를 접는 이즈음에 첫 눈이 내리는 날이나 보슬비가 촉촉히 내리는 날에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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