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폭의 그림 같은 ‘콜척호수’

한폭의 그림 같은 ‘콜척호수’
김수영  2017/01/03 

콜척 호수 트레일 (Colchuck Lake Trail), 워싱턴주 레븐워스

왕복거리: 8마일
가득고도: 2296피트
최대고도: 5,580피트

‘낭만의 도시’ 시애틀 보다 더 낭만적인 곳을 찾는다면 시애틀에서 2번 하이웨이나 I-90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정도 동쪽으로 가면 나오는 일명 독일마을을 권하고 싶다. 독일 전통 소시지 맛이 담겨 있고 사람들의 물결이 출렁이는 관광지로 이색적인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이색적이고 자연적인 낭만을 느끼고 싶다면 바로 콜척호수 트레일을 찾으면 된다. 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름 앞이나 뒤에 ‘척(chuck)’ 이 들어가는 명산들은 산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평탄하게 시작되는 트레일은 산중턱 쯤에서 견우직녀가 만나게 될 듯한 멋진 나무다리들을 만날 수 있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둘러쌓여 온통 불이라도 난 것 같은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고 산을 오르는 내내 하얀 눈으로 덮힌 산들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망부석이 되었는지 옹기종기, 두런두런 둘러 앉은 커다란 바위들이 장관을 이룬다. 돌뿌리, 나무뿌리를 밟으며 한참 가쁜 숨을 쉬며 오르다 보면 곰, 산양, 사슴, 다람쥐, 토끼, 노루들이 잠시 쉬었다 갔는지 크기와 모양이 다른 발자국과 배설물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정상을 앞둔 마지막 1.5 마일은 한발을 움직이기가 힘들 정도로 가파른 돌길과 구불길이 나온다. 온몸이 지칠데로 지친 다음에는 보석같은 에메랄드빛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에 오른 모두가 두손을 들고 환성을 지르게 한다. 힘들었던 만큼 꼭 보상을 주는 정직한 자연의 법칙을 배우게 된다.

콜척호수길은 겨울에는 허리까지 닿을 만큼 쌓인 눈 속에서 스노우슈잉을 즐길 수 있다. 꽁꽁 얼어져 가는 온몸을 뜨거운 라면 국물이 오장을 녹여 준다. 홀로 숲을 이루는 나무는 없듯이 이 맛 역시 함께 나누지 않으면 별맛이 나지 않는다.

운해가 감싸 안은 산등성이 밑에서나 세찬 바람과 흠뻑 젖게 하는 소낙비 속의 ‘빡센’ 고행(?) 뒤에 땀내 진동하는 산사람들과 함께 나누어야 그 특별한 맛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유목민들 처럼 능선을 따라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져 산을 오르는 모습은 살아서 움직이는 한폭의 거대한 그림과도 같이 느껴진다.

 

 

 

김수영
Helix 부동산 대표
시애틀산악회 A코스 등반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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