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비경’의 필척산

 ‘숨막히는 비경’의 필척산
김수영  2016/07/31

 

‘는개(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를 가득 안은 필척산은 한폭의 명품 수채화이다. 트레일 헤드에서 하늘쪽으로 오르다 보면 쪽빛의 파란 하늘이 살포시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을 향하여 가는 중간쯤 부터는 산을 오르는 이들의 감탄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린다.

필척은 미국인들이 표현하는 ‘Breath-taking View! View! View!!’이다. 숨이 막힐 정도의 비경이라니 표현할 말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스위치백의 턴을 할 때마다 한장의 병풍을 펼쳐나가듯 수려한 베이커산이 보이는가 하면 다음 스위치백에는 우람한 레이니어산이 그 위엄을 보이고 있다.

말 그대로 파노라마 절경이다. 산 중턱부터는 수백년을 한자리에 묵묵히 서있는 기묘한 침엽수들의 모습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진기한 고목들과 끝없이 전개되는 크고 작은 아름다운 바위돌, 돌계단 그리고 필척산 중턱에 떠있는 구름 양탄자 위를 걸어가게 된다.

다리가 뻑적지근하게 느껴질 때부터 ‘필척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 이로다. 오르고 또오르면 룻아웃이 보일지니’를 뇌이면서 가득고도 3,000피트를 오르다 보면 어느새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끝자락이다.

돌, 바위길을 사뿐히 걸으며 최면을 걸어본다. 나는 지금 돌산이 아니라 ‘약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잠자고 있던 세포군대를 깨워 심폐의 깊은 곳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간다. 하산 중에 살짝 피곤해 질 무렵 옷 속으로 스며드는 산들바람이 더 없이 상쾌한 청량제 역할을 하여 준다.

필척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만나러 가는 것이다. 정상의 룩아웃 스테이션에서 보는 360도의 절경은 가히 서북미를 대표하는 코스 중의 하나라고 자랑할 수 있다. 가는 길이 시애틀이나 벨뷰에서 조금 먼 것이 다소 불편하지만 오르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은 꼭 가 보아야 될 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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