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멋진’ 메일박스 피크 |
김수영 2016/09/02 |
시애틀 동쪽의 메일박스 피크(Mailbox Peak)는 구 등산로와 신 등산로를 오를 수 있는 선택이 있는 명산이다. 구 등산로는 과장을 조금한다면 그냥 수직으로 엉켜진 나무뿌리와 돌길로 오르는 길조차 선명하지 않은 곳을 하늘만 보고 오른다고 하면 되겠다. 난이도 4, 가득고도 4,000피트에 2.5마일을 수직으로 올라야 하기 때문에 ‘Stuff of Legend’ 라고 칭하기도 하는 이 코스는 급경사가 심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신 등산로는 왕복 9.4마일로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성질 급한 산악인은 구 등산로를 완주하도록 하는 도전의 묘미를 갖게 하는가 하면 엉켜진 뿌리길과 다양한 고목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구 등산로는 히말라야나 레이니어산 도전을 앞두 산악인들의 명훈련장이라고 한다. 신 등산로를 열게 된 이유도 구 등산로를 오르다 발생하는 부상자가 많아지고 코스의 길이 험하기로 악명(?) 이 높아서 새로운 트레일 5.4마일을 2014년에 오픈한 것이라고 한다. 전체가 난코스인 이곳은 땅만 보고 오르다 마지막 0.5마일은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마지막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그러나 정상에서 보게 될 절경과 그 누군가에게 띄우고 싶은 소중한 편지를 우체통에 넣기 위해서 ‘도전!’을 되뇌이며 한발 한발을 옮기게 된다. 복더위도 지나고 처서가 지났는데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젖는가 하면 정상이 가까워오면서 살짝 매서운 바람과 뚝 떨어지는 기온으로 장갑과 자켓을 찾게한다. 그것도 한순간 정상쪽을 바라보며 피어있는 온갖 야생화를 감상하게 되고 서서히 걷히는 안개속으로 살짝 보이는 비경에 산을 오르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환성을 터트린다. 이렇게 힘든 코스를 오르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가장 보고싶은 사람들에게 띄울 수 있는 우체통이 있기 때문이다. 진심을 담아 곱게 쓴 편지에 우표를 붙혀 정상에 설치된 우체통에 넣어두고 내려온다. 하늘나라로 간 사람들과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 드는 뾰족한 정상이기도 하여 더욱 더 아름다운 산이다. 밤이 되면 뚝뚝 떨어지는 별똥을 한손을 길게 뻗어 잡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곳.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에 올라도 멋진 곳이다. 시애틀이나 벨뷰에서 I-90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34번 출구로 나와 좌회전하여 10분정도 거리인 멜빡스를 한번쯤은 올라야 진정한 산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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